오랜만에 와이프와 연휴 타이밍이 맞아 영화를 몰아보고 있다. 요즘 OTT 서비스들의 컨텐츠가 풍부하지만 막상 보려고 하면 딱히 볼게 없는게 현실이다.

이번엔 뭘 볼까하고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떠오른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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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안 봤어도 이 장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영화 감독들의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1980년 영화인데 4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봐도 세련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요즘 나오는 공포 영화에 비해서 무서운 장면은 많지 않지만 작은 소품까지 좌우대칭되는 호텔 복도와 대비가 강한 바닥 패턴이 묘하게 자연스럽지 않아서 일상적인 장면임에도 기묘한 공포가 느껴진다. 그리고 대배우 잭 니콜슨의 점차 미쳐가는 연기 또한 소름이 돋을 만큼 놀라웠다. (후속작인 ‘닥터 슬립’에서 잭 니콜슨을 오마주하는 배우들을 보면 잭니콜슨이 얼마나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는지 새삼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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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항상 왜 제목이 샤이닝인지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스티븐 킹의 세계관에서 샤이닝=초능력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원작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인것 같은데 영화판에서는 핵심적인 요소라기 보다는 기믹처럼 잠깐 다뤄진다.

그러고 보면 스티븐 킹의 작품은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유추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샤이닝의 후속편인 ‘닥터 슬립’도 그렇고 중심 개념보다는 소재에 해당하는 요소를 제목에 붙이는게 이 분의 스타일인 듯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봐서 스티븐 킹의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스티븐 킹 소설중 아직 영화화 되지 않은 것도 찾아봐야지.

아직 모던한 미디어로 재탄생하지 않은 클래식한 원작을 찾아보는 것은 할머니 보석함을 열어보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그 안에서 반짝거리는 보석을 찾아냈을 때, 세공 방식은 좀 옛스럽지만 원석은 지금도 변함 없는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