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가 성인이 되기전인 2002년 눈에 띄는 제목의 한국 영화가 있었다. 그때는 성인딱지가 붙은 영화는 잔인하거나 야하거나 둘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오아시스는 제목도 포스터도 뭔가 야한 영화일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잊어버렸었지

그때는 야한 영화를 직접 볼 방법이 없어서 포스터만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는데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장애인과 전과자의 금단의 사랑? 정도로 상상했던 것 같다. 어제 잠도 잘 안오고 해서 OTT를 뒤적거리다가 오랫만에 발견한 이 영화 오아시스를 아무 생각없이 재생했다. 그런데 내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였다. 영화를 다보고 감독의 메시지에 한방 맞은 것 같이 얼얼함이 느껴졌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일그러짐에 비하면 홍종두(설경구)와 한공주(문소리)의 러브스토리는 오히려 정상에 가까웠다. 자기가 한일에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라고 매번 윽박지르던 홍종두의 형 홍종일은 오히려 자신이 지은 범죄를 동생에게 책임전가해버린 진범이였고, 한공주의 가족들도 홍종두를 인간실격의 불한당 취급하지만 장애인 복지로 얻은 집에 한공주를 버리고 자기들만 이사간것을 보면 그들도 인간실격인건 마찬가지 인듯하다. 물론 이런 사실로 인해 홍종두가 한공주에게 한 모든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편견없이 순수하게 한공주를 대하는 사람은 홍종두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살면서 유일하게 내가 직접 볼 수 없는 것이 나 자신의 얼굴이라고 한다 ㅡ 내가 본 내 얼굴들은 결국 거울이나 사진을 통하는 거니 엄밀히 말하면 직접은 아니다. ㅡ 그래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 내리는 것에 비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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